시)고요 : 이학성/논평> 한 문장 : 전전수

조용한

이학성

그는 건물 어딘가에 살고 있습니다. 때때로 우리는 계단 통에서 서투르게 서로 부딪칩니다. 하지만 작별 인사를 한 기억이 없습니다. 그의 목소리를 듣거나 감탄하거나 그에게 다가가 무언가를 말한 사람이 있습니까? 쪼그라들듯 고개를 숙이고 계단을 올라간다. 그는 누구에게도 자신의 정체를 밝히고 싶지 않습니다. 개미 한 마리도 다치지 않을 것 같은 작은 발걸음이고, 어디에도 흔적을 거의 남기지 않는다. 와 같이 자세히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. 얼굴 한쪽 구석에 드리워진 애절한 표정, 주변을 살피는 날카로운 눈빛, 절망의 순간에 미간을 찌푸릴 때 미간 사이의 깊은 흉터. 때때로 그는 복도 창문을 열고 동정적으로 몸을 기울입니다. 그는 오랫동안 무엇을 찾아야할지 알고 사람들이 나타나면 복도 끝에서 사라집니다. 자신이 왜 이러는지 도사림은 자신이 누구인지, 왜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는지 금세 알아차리지 못하지만 오랫동안 이 건물의 복도에서 살았다.

-전문-

코멘트> 한 문장: 이학성의 시 세계에서 ‘조용하다’는 그래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 시어다. 현관 계단에서 이웃을 살피는 정신없는 순간에도 ‘일상’은 낯선 정적 속에서 정적을 탐색하게 한다. 이학성 시인은 그의 두 번째 시집 『침묵을 놓칠 수 없다』(2014)라는 제목을 통해 고대 시인의 관심과 방향성을 엿볼 수 있다. 그렇다면 이학성은 우리 모두가 간과하거나 주목하기 꺼려했던 ‘건물 복도 끝’에 사는 사람의 ‘고요함’을 소유한 시인일까? 아니요. 그 사람이 아니라 시청자인 내가 ‘인사를 해본 기억이 없는’ 사람 행세를 하는 막연하고 외로운 건 아닐까? (p.시 37/ 론 134-135) (전해수/ 문학 평론가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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* 시 『저녁의 신“에/ 2023. 3. 16. 나타났다

* 이학성/ 경기도 안성 출생, 1990년 『세계문학』으로 등단, 시집『여우를 구하기 위해』, 『평정심을 잃지 않을 수 없다』, 『늙은 낙타의 일과』 등 산문집『시인의 이미지』“밤의 노래”